KODEX 반도체 레버리지 고점 매수 후기

우리 회사는 미사용 연차를 다음 해로 이월해주지 않는다. 덕분에 매년 2월 말만 되면 남은 연차를 억지로라도 소진해야 하는 강제 휴가 기간이 찾아온다. 올해 역시 2월 말까지 연차를 다 써야 하는 규정 때문에, 나는 금요일이었던 2월 27일에 휴가를 냈다.

사실 그동안은 회사 업무가 워낙 휘몰아쳐서 국장 장 시간대에 주식 창 한 번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7시 15분부터 약 15분간 이어지는 KBS 라디오 전격시사의 시황 코너가 내 마음을 계속해서 흔들어 놓았다. 출근길 차 안에서 투자 전문가가 나와 오늘도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며 조목조목 짚어주는 분석을 매일같이 듣고 있자니, 미장에만 올인하고 있던 내 선택이 틀린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미 2월 내내 코스피는 거침이 없었다. 내가 연차를 쓴 2월 27일, 지수는 이미 6,000선을 훌쩍 넘어 6,200선마저 돌파하며 그야말로 광기 어린 상승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20만 원과 하이닉스 1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이 역대급 수익 구간을 통째로 놓치고 있다는 자책감이 커졌다.

그렇게 연차 휴가 당일 아침, 침대에 누워 폰을 켜고 MTS를 실행했을 때는 이미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이성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올라타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압박감이 평온해야 할 휴가 아침을 집어삼켰다.

계획은 100만 원, 현실은 500만 원 전액 매수

처음 계획은 가볍게 100만 원 정도만 '정찰병'으로 진입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 레버리지 ETF 매매를 위해서는 파생상품 사전교육 이수와 함께 계좌에 최소 500만 원의 기본 예탁금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가로막혔다.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500만 원을 계좌에 입금했다.

여기서 냉정을 찾았어야 했으나, 실시간으로 수직 상승하는 지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100만 원만 사려고 했지만, 막상 예탁금 때문에 넣어둔 5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니 '어차피 넣어둔 돈인데 놀려두느니 다 태워서 그동안 못 먹은 국장 수익을 단번에 만회하자'는 위험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결국 나는 KODEX 반도체 레버리지를 82,000원이라는 역사적 고점에 500만 원 전액 매수했다.

신고점의 저주와 삼일절 연휴의 비극

내가 매수 체결 버튼을 누른 시점은 공교롭게도 그날의 최고점이었다. 매수 직후 주말이 찾아왔고, 뒤이어 3월 1일 삼일절 공휴일까지 겹치며 긴 연휴가 이어졌다. 평온한 휴식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에는 충격적인 알림이 쏟아졌다.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긴급 속보가 터져 나온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미국 군함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졌고, 미국은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천명했다. 이란 역시 중동 내 모든 미군 기지를 타격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도로 높아지며 신흥국 증시인 국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휴일이라 장이 열리지 않는 월요일 내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해외 시장을 지켜봐야만 했다.

종목 선정의 함정, 뒤늦게 확인한 실체

연휴가 끝나고 장이 열리자마자 지수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반등하며 +5% 가까이 오르는 날에도, 내가 산 레버리지 ETF는 기대했던 +10% 수익을 내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의아해 그제야 구성 종목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이 ETF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익률을 단순히 추종하는 상품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KRX 반도체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고 있어, 내가 원하던 두 대장주 외에도 총 40종목이라는 수많은 종목이 섞여 있었다. 당시 지수 구성을 보니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원익IPS 등 수많은 소부장 종목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탄력만 기대하고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40개에 달하는 종목들의 변동성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종목 구성표 한 번 제대로 보지 않고 장밋빛 전망에 홀려 덜컥 매수 버튼을 누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뼈아픈 실수가 남긴 생각들

현재 내 계좌 수익률은 -15%에서 -20%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수가 6,200을 돌파했다는 상징적인 숫자에 눈이 멀어,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던 리스크들을 전혀 보지 못한 대가다. 돌이켜보면 이번 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조급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가장 큰 실수는 역시 FOMO에 쫓겨 시장의 꼭대기에서 매수 버튼을 누른 것이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가 밀려올 때, 오히려 한 발자국 물러나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지 못했다. 또한 사전교육 예탁금 500만 원 요건 때문에 얼떨결에 큰 금액을 투입하고, 이를 전액 매수한 것은 리스크 관리의 기본을 망각한 행동이었다.

다만, 여전히 시장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반도체 업황의 펀더멘털을 따라 다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의 파란 계좌에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최소 3월 말까지의 반등을 지켜보고, 상황이 우호적이라면 길게 연말까지도 호흡을 가져가 보려 한다. 당분간은 내 안의 조급함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속 쓰린 복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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